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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고리예에서 성모님을 만난 사제의 체험담 

기도와 평화의 학교 메주고리예 

                                                                                                                                                                백남국 요한 신부 

저는 지난 (2003) 5월에 평화의 모후 선교회를 통하여 메주고리예로 기도순례를 다녀왔습니다. 특별히 메주고리예를 가고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본당 신자들중에 순례를 가시기 원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지도신부로 함께 갔다 왔습니다. 저는 순례를 가면서도 메주고리예가 어떤곳인지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성모님의 발현 사실이 저에게 성모신심을 더 증진시켜준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성모님의 발현이 우리 신앙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메주고리예에 대해서는 단지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다는 것과 지금도 목격증인들을 통해 계속 발현이 진행되는 곳이라는 정도의 이야기만을 알고 있었고, 메주고리예가 위치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라는 나라에 대해 인터넷에서 읽어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메주고리예 순례를 다녀온 지금은 이 순례의 기회를 마련해주시고 이끌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또한 많은분들이 메주고리예를 알고 순례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메주고리예에 머무르는 동안 많은 신앙의 위로와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 신앙생활을 생기 있게 만들어 줄 영적인 힘을 많이 얻어서 돌아왔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현존하시는 성모님께 대한 제 나름대로의 특별한 체험을 했습니다. 물론 이 체험이 제 신앙생활의 생기를 북돋아 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니었지만 먼저 이 이야기를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은 객관적인 사실이기보다 저의 주관적인 체험입니다. 메주고리예에서 보내는 하루 일정은 매일 아침에는 한국 순례자들과 드리는 한국말 미사로 시작하여 오후에는 메주고리예 본당에서 드리는 묵주기도와 저녁미사, 그리고 성시간을 지내고 나면 하루 일정이 지나갔습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동산과 십자가산을 오르면서 기도하거나, 한때는 마약중독자였으나 약은 전혀 쓰지않고 노동과 기도를 통해서 치유된 젊은이들의 공동체를 방문하여 그들의 체험담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성모님의 발현을 목격했던 증인들의 증언을 듣는 등, 매일 매일이 하느님과 성모님의 품안에서 쉬는 피정과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발현 당시 6명의 목격증인들 중의 한사람인 이반이라는 사람의 집으로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이반은 아직도 매일 저녁 성모님의 발현을 본다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성모님께서 발현하시는 시간이 되면 순례 온 신부님들을 자기 집 경당으로 항상 초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날 저녁, 말레이시아 신부님, 나이지리아 신부님과 함께 우리 가이드를 하던 마을 여자분을 따라 이반의 집으로 갔습니다. 가면서도 사실 내심으로는 그 초대를 별로 기뻐하지는 않았습니다. 도착하여 집안으로 들어가니 집 입구에 조그마한 경당이 있었고 이미 20명정도의 신부님들이 와 계셨습니다. 경당 중앙에는 성모님이 모셔져 있었는데 그 앞에서 모두 장궤를 하고 영어와 크로아티아어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었습니다.  


저도 함께 앉아서 영어로 묵주기도를 따라하였으나, 영어실력이 부족하여 다른 신부님들의 기도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어서 그냥 조용히 앉아서 성모상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모셔져있는 성모상의 모습은 메주고리예에서 보던 다른 성모상과는 달리 동양적인 얼굴을 한 성모상으로 크기가 80-90cm 정도 되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목격증인 이반이 들어와서는 성모상 앞에서 장궤를 하고, 성모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입술을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였습니다. 아마 성모님께서 발현하셔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성모상을 바라보았는데, 그 순간, 갑자기  저는 아주 특이한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성모상에서 빛살 무늬의 광채가 계속해서 퍼져 나오는 것을 보게 된 것입니다. 저는 제 눈을 의심하며 주위에 계신 신부님들의 얼굴을 쳐다보았으나, 다른 신부님들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마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성모상을 계속 바라보니 성모상의 얼굴이 살아있는 성모님의 얼굴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성모상의 얼굴에서 볼 부분이 빨갛게 변하더니, 다음은 입과 눈 주위가 미소를 지으시는 것처럼 변하고,  다음에는 성모님의 입술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주위의 신부님들을 살펴보았으나, 그분들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는 것을 보고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살아 계신 것 같은 성모님의 얼굴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그 얼굴은 본래의 성모상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목격증인 이반이 장궤에서 일어나 앉으며, 성모님께서 발현하시고 떠나 가셨다면서 일반적인 성모님의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그 메시지의 내용은 제가 영어가 부족해서 다 알아듣지는 못하였으나 대략 “우리가 묵주기도를 할 때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와 계신다.” 것과  “우리들이 여기에 와서 많은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성모님께서 너무 기뻐하신다.” 는 것, 그리고  우리들이 가져온 성물들과 편지들에 대해서 축복하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을 나와서 혼자서 한 시간동안 마을주변을 걸어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성모님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저는 성모님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너무 기쁘기도 하고 왜 성모님께서 저에게 그 처럼 살아있는 모습으로 다가오셨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이 저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며 걸어다녔습니다. 

      
그러나 이 체험이 “메주고리예”에서 제 신앙생활의 생기를 북돋아 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특이한 체험을 하고 기쁘기는 하였으나 이 체험이 제 마음속에 그리 오래 남아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날 밤까지는 제 마음이 설레고 마냥 기뻤으나,  그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평소와 똑같은 느낌뿐이었습니다. 마치 어젯밤 꿈에서 성모님을 본 것과 같은 느낌 외에는 더 이상 감흥이 없었습니다. 이 체험보다는 오히려 지금까지도 저에게 큰 감흥으로 다가오고 제 신앙생활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되는 것은 “메주고리예”에서 체험했던 기도와 믿음의 뜨거운 열기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성모님께서 발현하시는 메주고리예를 알리고 싶은 이유는 그곳에서 체험한 기도의 힘과 기쁨, 그리고 믿음 안에서의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마을 전체를 덮고있는 평화와 거룩함의 기운,  20개 정도의 고해소 앞에 끊임없이 길게 늘어서 있는 고해자들의 진정한 참회의 마음,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들어선 성당에서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느끼면서 몇 시간동안이나 드리는, 미사와 묵주기도와 성시간의 찬미와 열기는 저에게 신선한 감흥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만 나면 발현산과 십자가산을 찾아 올라가는 저희 일행들의 기도와 열정, 야외 벤치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의 얼굴에 깃든 평화로움들을 보면서, 제 신앙의 반성과 새로운 영적인 힘을 얻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직접 보이지는 않으셨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참회 속에... 진실한 기도 속에... 이웃의 평화로운 얼굴속에 계심을 느끼고 돌아 왔습니다.


     메주고리예는 저희 일행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주는 학교였습니다. 메주고리예는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평화를 가르쳐 주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이 순례를 통하여 더욱 많은 사람들이 신앙의 기쁨과 힘을 알게 되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또한 메주고리예를 통하여 “내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안다면 너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며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성모님의 끝없는 사랑을 여러분들이 알기를 바랍니다.

< 2003년 7월 평화의 모후 선교회 발행  '메주고리예' 제18호 목자의 소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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