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준비 9일기도 아홉째 시간:
끊임없는 고뇌와 죽음의 상태에 처해 있는 사랑
 
 
1.“딸아, 나의 현재 상태는 악화 일로에 있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가르쳐 주는 것을 전부 잘 익힐 수 있도록 언제나 내게 눈길을 고정하고 있어라. 그렇게 하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너의 이 작은 예수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다만 사랑의 말 한마디, 한 번의 어루만짐, 한 번의 애정 어린 입맞춤에 불과하더라도 내 마음이 너에게서 사랑의 응답을 받는 감미로운 기쁨을 맛보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쓰라린 울음을 그치게 하고 여기에서 겪고 있는 내 가혹한 고통을 덜어 주기도 할 것이다.
 

2. 딸아, 귀 기울여 들어라. 이제까지 살펴본 여덟 가지 특징으로 내 사랑의 수많은 증거를 주었으니, 사람은 나의 이 진실하고 숭고한 사랑 앞에 마땅히 굴복해야 했을 터이다. 하지만 도무지 응답하지 않았기에 나로 하여금 내 사랑의 또 다른 특징으로 넘어가게 한다. 그런데 사람이 다시금 응답하지 않을 경우, 이는 내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3. 이제까지 사람은 내 사랑에 굴복하지 않았다. 내 사랑의 여덟 번째 특징에다 아홉 번째 특징을 더 보태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니, 이는 가장 뜨거운 사랑의 열의(熱意), 즉 사람에 대한 불타는 사랑의 갈망, 사람을 따라잡기 위하여 어머니의 태중에서 나가고 싶은 열망이다. 
내 사랑의 은혜를 잊고 있는 이 사람을 악의 가장자리에서 돌려 세워 껴안고 입맞추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가 나의 아름다움과 진리와 영원한 선을 사랑하고 소유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4.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이 계획으로 말미암아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나의 작은 인성은 임종 고통을 겪으며 바야흐로 숨이 넘어가려고 한다. 
본질적인 일치에 의하여 인성과 분리될 수 없는 나의 신성이 이 작은 인성을 도와주고 떠받쳐 주지 않았던들 지금쯤은 이미 숨이 끊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성이 인성에게 달콤한 새 생명을 계속 한 모금씩 건네주기 때문에 생명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의 시간이라고 할 만한 이 아홉 달의 끊임없는 괴로움을 견디어 온 것이다. 

 
5. 딸아, 내 사랑의 아홉째 특징은 이것이니, 나의 신성이 그 자체의 본질을 감추려고 인성을 취하여 어머니의 태중에 들어온 첫 순간부터 쉴새 없이 계속되는 이 죽음의 고통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의 사랑과 일치시키고자 하는 사람 안에 사랑 대신 공포를 심어주게 될 것이다.
 

6. 하지만, 가련하게도! 아홉 달 동안이나 이 사람을 기다려야 하니, 이것이 내게는 얼마나 긴 임종 고통인지! 사랑이 얼마나 나를 숨막히게 하며 줄곧 죽음을 겪게 하는지! 딸아, 거듭 말하지만, 나의 인성이 나를 완전히 삼키려 드는 무한한 사랑을 지탱할 도움과 힘을 신성으로부터 받지 않았다면, 불행히도 한줌의 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7. 이 사랑은 나로 하여금 각 사람이 받아 마땅한 고통의 엄청난 짐을 떠안게 하는 활동적인 사랑이요, 애걸하고 간청하며 탄식하는 사랑인데, 여기에다 하느님의 정의가 요구하는 보속도 있으니 이 모든 것에 의하여 완전히 타버리고 말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사랑이 항상 구걸하다시피 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바로 사람의 냉담하고 무관심한 마음이다. 
 

8. 이런 이유로 나는 어머니 태중에서 생활하는 것을 무척 괴로워해 왔기에 
더 이상은 사람과 떨어져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희생을 치르건 사람을 내 성심에 끌어당겨 나의 불타는 심장 고동을 느끼게 해 주고, 나의 영원한 선을 주기 위하여 지극히 부드럽고 깊은 애정으로 품어 안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당장 너에게서라도 위로를 받지 못한다면,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내가 내 사랑의 이 새로운 특징으로 말미암아 완전히 소진되고 말 것이다.
 

9. 어머니 태중에 있는 나를 찬찬히 살펴보아라. 내 얼굴이 얼마나 새파랗게 질려 있느냐! 점점 더 약해지고 있는 내 음성을 들어 보아라. 임종하는 사람의 음성 같지 않느냐! 내 심장에 귀를 대어 보아라. 그 세차던 고동이 이제는 거의 멎어버린 상태이다. 눈길을 내게서 떼지 말고 잘 보아라.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다. 그렇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순전히 사랑으로 말미암아 죽어가고 있다!”
 
 
10. 이 일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나 역시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분과 나 사이에는 적막만이, 무덤 같은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피가 얼어붙어 더 이상 혈관 속을 순환하지 못하니 심장 박동도 느낄 수가 없었고, 숨도 멎어버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떨리면서 몸이 맨바닥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 죽음의 잠 속에서 내 혀만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11.“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전부이신 예수님, 돌아가시지 마십시오. 
제가 항상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든지 다시는 당신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당신 사랑의 불꽃을 제게 주시어, 점점 더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하시고, 가능한 한 저 자신을 불태워 사랑으로 온통 당신 것이 되게 해 주십시오. 지고하고 영원한 선이신 제 예수님!”
 
 
12. 그때 나는 실제로 예수님을 향한 사랑 때문에 죽음 이상의 것을 느꼈다고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죽어야 할 우리 인생에 태어나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먼저 우리의 뜻을 죽이고 참되고 영원한 행복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분께서는 나를 어루만지시어 그 죽음의 잠에서 깨워 주시면서 이 기묘한 말씀을 해 주셨다. 
 
 
13. “내 사랑으로 다시 태어난 딸아, 자, 내 은총과 사랑의 생명에로 일어나거라. 무슨 일에서나 나와 일치하여라. 
네가 내 사랑의 특징들에 관한 아홉 가지 묵상으로 성탄 준비 9일기도를 바치며 나와 함께 있었던 것과 같이, 이제부터 나의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에 관한 스물 네 가지의 다른 묵상들을 계속하여라. 하루 24시간으로 나누어서 말이다. (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시간들이란 제목으로 2000년 3월 10일에 이미 출간되었음 - 역주) 이 묵상들 안에서 너는 더욱 숭고한 내 사랑의 특징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배은망덕한 사람들이 끼치는 극심한 고통 중에 있는 나를 끊임없이 위로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사랑으로 나를 매장하는 일에 헌신하게 되고, 죽은 후에는 내 영광의 가장 좋은 몫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Fi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