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과 마음을 영원히 바치오니 주님 받아주소서...

- 알렉산더 - 



그 옛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생각하기 조차 싫지만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십 수년 전, 한창인 청년시절에 처음 주님을 접한 나는 외국에서 어렵고 힘든 가운데 세례를 받은 후 나의 삶을 바꿔놓는 일이 생겼습니다. 퇴근길 교통사고로 뇌 손상과 경추(목) 압박골절로 인하여 한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목 아래 부분이 마비된 것입니다. 전신마비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도, 걸을 수도, 내 손으로 물 한 모금 마실 수도 없었습니다. 


가족과 남의 손을 빌려야 의식주를 해결하는 중증 장애인으로 소대변도 인공 호수로 받아내는 병상생활의 크나큰 시련 속에 온 가족을 슬픔으로 몰아가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퇴원 후 삶을 비관하며 죽음을 생각하며 세상을 원망하고 커텐을 가리고 살아 온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나 어리석었음을 상기 시킵니다. 주님께서 가까이 계심에도 보지 못하는, 은총과 자비하심을 느끼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퇴원 후 건강이 악화되어 다시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하던 중, 원목실의 아우구수티노 수녀님을 만나면서 저는 다시 주님께 가까이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님 말씀을 듣고 ‘감사합니다.  살아있음을 감사하나이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입니다.’ 라는 고백을 하였고 고백성사와 긴 통회의 눈물이 하염없이 솟은 후 기도를 하였습니다. 


“주님 저를 도구로 써 주소서. 비록 손가락 하나 가눌 수 없는 육신이지만 내 영혼과 마음을 영원히 바치오니 주님 받아주소서.”  건강도 조금씩 회복되어 양손이라도 쓸 수 있고 가는 곳마다 주님의 은총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산교구 지체장애인 선교회의 초대 설립의 능력을 주셨고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라’ 시는 주님의 말씀에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몇 해 전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딸아이 프리실라를 익사 사고로 잃었고, 한 때 교통사고로 보상받은 돈으로 마련하여 자녀들과 살던 중 빚보증으로 인해 그마저 경매처리가 되고, 업친데 덮친 격으로 추락사를 당하여 척추가 다시 부러지는 손상을 입고 또다시 1년이라는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어도 ‘주님, 감사합니다. 살아있음을, 그렇지만 저에게 이렇게 많은 보속을 주십니까?’ 하고 기도하니 ‘주님의 고통에 비하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니라.’ 하신 응답의 말씀을 접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몸 하나 가누지도 못하며 휠체어에 몸을 싣고 그렇지만 “주님, 저를 도구로 써주소서.” 기도하지 않았던가! 활동 중에 저희 구역의 할머니 교우셨던 마리아라는 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을 못하시고 눈까지 실명하여 누워서 대소변을 받아내야만 하는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손에 들려있는 묵주기도는 쉬지 않고 움직였습니다. 아들은 가출하였고 큰딸은 왕래가 없고, 작은딸은 그나마 생활고로 아침에만 할머니에게 들린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를 돌보아 드릴 사람이 없었습니다. 


전에는 아내의 대모이신 마리아 자매님이 돌봐드렸는데 그분이 이사를 가면서 나와 내 아내 로사가 번갈아 가면서 할머니를 1년정도 보살펴 드렸습니다. 그 할머니는 지금 하느님 곁에 가 계십니다. 장례미사를 치른 후, 과연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시는 주님의 말씀을 내가 이행하였는지, 좀 더 할머니에게 잘했어야 했는데 ... ,‘마리아 할머니 부디 하느님 곁에서 행복하세요, 하느님 곁에서는 아프지 마십시오.’ 


우리 구역에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교우분이 많이 계십니다. 

그래서 봉성체를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십니다. 신부님과 수녀님이 한 달에 한 번씩 봉성체를 오시면, 나도 휠체어를 타고서 특별한 일이 없는한 자리를 같이 합니다. 신부님께서 ‘여기 같이 한 모든 이에게도 ~’ 하실 때 나는 더욱 더 겸손하게 주님 곁에 가까이 가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지난 날 아픈 기억들은 있지만 주님이 계시기에,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미약하지만 나에게 이런 능력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오늘도 내 이웃을 위하여 몸과 정성을 다해 주님 말씀 전하는 평신도의 본분을 다하며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차량 봉사도 열심히 하며 주님 말씀 전하는 일에 일생을 다하리라고 다짐해 봅니다.


 ( 평화의 모후선교회 발행 '메주고리예' 소식지 14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