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감실이신 성모 마리아와 성체성사” 



윤종식(디모테오) 신부 


현 세상을 살면서 우리에게는 망망대해의 바다의 별이나 도로의 이정표 같이 우리의 나아갈 바를 알려 주는 표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러한 2000년대에 들어와서, 교황님은 우리 신앙인들의 이정표요, 바다의 별이신 ‘성모 마리아’를 무척이나 강조하고 계십니다. 또한 교회의 존재의 원인이며, 직무인 성체성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십니다. 교황님께서는 2002년에는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ROSARIUM VIRGINIS MARIAE, 2003, 10, 16)교서를, 2003년에는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ECCLESIA DE EUCHARISTIA, 2003, 4월 17일) 회칙을 반포하셨고, 로사리오의 해(2002년 10월 - 2003년 10월)와 성체성사의 해(2004년 10월 - 2005년 10월)를 선언하셨습니다.  즉, 이들부터 로마가톨릭 교회는 성체 성사의 중요성과 의미를 몸으로 체험하며 살아가자는 ‘성체성사의 해’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저는 교황님께서 하셨던 강론들과 위에서 언급한 회칙들에서 성모 마리아와 성체성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고, 우리는 이 신앙의 두 축을 중심으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간단하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기본적으로 “신앙의 모범이신 성모님”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교황님이 지난 8월 15일 루르드에서 행하신 강론에서, “성모 마리아의 원죄없이 잉태되심은 성부의 무상적 사랑의 상징이며, 성자의 구원활동의 완벽한 표현이고, 성령의 활동에 총체적으로 응답하는 삶의 시작입니다” 라고 하시면서 루르드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의 말씀을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이렇게 마리아는 어머니 안나 성녀의 태중에서부터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동참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말씀을 듣고, ‘아멘’ 이라 응답한 마리아는 예수님의 생애를 옆에서 함께 지내셨고, 예수님의 죽음, 묻히심, 부활 그리고 승천까지 동반하셨습니다. 거기에다가 사도들의 공동체에서 예수님을 기억하는 자리에도 함께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신앙인은 그분의 삶을 함께 걷는 사람들입니다. 즉,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1고린 11,24)라는 말씀을 따라 그분이 행했던 모든 것을 기억하고 그분이 행한 바를 삶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모님은 우리에게 있어서 으뜸이신 신앙의 모범이십니다.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이는 교황님의 성체성사와 교회의 관계를 아주 잘 드러내는 회칙의 첫 문장 입니다.  이 회칙의 3항에서 교황님은 “교회는 파스카 신비에서 태어났습니다. 바로 그러한 까닭에 파스카 신비의 뛰어난 성사인 성체성사는 교회 생활의 중심에  있습니다.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우리의 생각은 파스카 성삼일로, 곧 성목요일 저녁의 사건들, 최후의 만찬과 그 이후의 일들로 되돌아갑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성체성사가 없는 그리스도교는 본래의 시작이며 중심을 잃고 지내는 모임에 불과 합니다.  왜냐하면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행하셨던 구원 역사와 사랑을 기억하고 현재화 하기 때문입니다. 


교황님은 성체성사의 여인이신 성모 마리아를 “성모님께서는 온 생애를 통하여 ‘성체성사의 여인’ 이십니다.”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회칙 53항) 라고 표현했으며 그 이유를 “성모님께서는 순결한 당신의 태를 하느님의 말씀의 강생을 위하여 바치심으로써 성체 성사 제정 이전에 이미 성체 성사의 신앙을 실천하셨습니다.” 라고 확언하십니다. (위의 회칙 53항). 그리고 성모님은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현존하신 역사상 최초의 ‘감실’이시며, 십자가 아래 서 계신 고통당하신 성모님은 날마다 해골산을 준비하면서 일종의 ‘선취된 성찬례’를 경험하셨습니다. (위의 회칙 56항) 


성모 마리아는 교회의 어머니이시며 성체성사의 여인이시고, 주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제자를 성모 님께 맡기셨으며, 그 제자를 통하여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맡기셨습니다. (요한 19,26-27) 성찬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기억하는 우리는 십자가위에서 당신의 제자를 당신의 어머니께 맡기셨던 그 은혜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가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교회와 함께 계시며 교회의 어머니로서 현존하십니다.” (위의 회칙, 57항) 우리는 어떻게 성모 마리아처럼 성체성사를 자신의 삶에서 구현하며 살 수 있을까? 


교황님은 “성체 성사의 신비가 빛의 신비로 드러나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께 귀 기울이도록 해야 합니다. 

성모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성체성사 안에 있는 변화시키는 힘을 인식하게 됩니다. 성모님 안에서 우리는 사랑 으로 새로워진 세상을 봅니다.” (위의 회칙 62항),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즉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던 성모님의 삶처럼, 성체성사의 신비를 믿고 매일매일 충실하게 참여할 때 우리는 서서히 변화됨을 느낍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기도가 있습니다.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 인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교서, 3항 참조) 왜냐하면 “수 많은 표징이 가리켜 주듯이, 오늘 날에도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께서는 바로 이 묵주기도를 통하여 어머니로서 우리를 끝까지 돌보고자 하시기 때문입니다.”(위의 교서, 7항) 전쟁과 돈, 그리고 인간적 욕구로 인해서 이웃을 이웃으로 보지 않는 세상에 평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 필요성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는 교황님은 2003년 10월 7일, 폼페이의 ‘로사 리오의 성모 성지’에서 하신 담화에서 “로사리오는 그 본성상 평화를 지향하는 기도입니다. 로사리오는 단순히 성모 마리아의 중재의 힘을 청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그리스도의 신비와 평화에 대한 그의 계획에 동참하도록 하는 기도입니다.” 라고 하시고 끝부분에서는 “여러분이 평화의 활동가들이 되십시오.” 라고 권고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기대하십니다. “온갖 생활 신분 의 모든 형제 자매들을 바라보며 그리스도인 가정, 병자와 노인, 젊은이 여러분에게 기대합니다. 확신을 가지고 손에 다시 묵주를 드십시오.”


(위의 교서, 43항). 참고문헌 1.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2). 2. 교황 요한보오로 2세의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3). 3. 교황님의 강론들은 교황청 공식 홈페이지 “www.vatican.va” 에서 이태리어본 참조. 


(2004년 10월 평화의 모후 선교회 소식지 ’메주고리예’ 제 23호의 ‘목자의 소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