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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기도

[기도 배움터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언젠가 제가 사목하던 본당에 간 일이 있습니다본당 신부님과 잠깐 인사를 나누고 신자분이 하는 찻집에 들렀는데반갑게도 많은 신자분들이 계셨습니다그 중에 한 신자분이 제게 오셔서는 ‘신부님께 드리고 싶은 게 있으니 꼭 시간을 좀 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제가 다른 본당으로 이동할 때 그림이라도 한 점 드리고 싶었는데 인사도 못했다고 하시면서 당신이 최근에 그린 그림을 주고 싶어 하셨습니다예수님께서 누군가를 축복해주시는 그림이었습니다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꼭 예수님께서 저를 축복해 주시는 것 같아서제가 방에 들어가거나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잘 볼 수 있도록 제 서랍장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번에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것은 용서의 기도입니다용서하기 위해서는 용서할 대상이 먼저 있어야 하겠지요그런데 용서할 대상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나와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나를 아프게 하고 또 가까이 있기에 자주 보아야 하니 이건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지요그런데 어렵다고 그냥 덮어둘 수도 없습니다나를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거든요평소에는 잘 참고 잘 대해주는데어떤 때는 마음을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불쑥불쑥 미운 마음이 올라와서 나를 평소와는 아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런 문제 하나 정리하지 못하나’ 싶어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고원인을 제공한 상대편이 더욱 미워지기도 합니다기도에서 이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어떻게 해야 할까요기도를 가르치는 분들이 ‘기도할 때 자신의 삶에서 가장 긴급한 문제부터 시작하라’고 말합니다이것은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특히 용서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저는 용서의 기도에 대해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하지만 머리로 배워 아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꼭 자신의 문제에 적용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그러면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첫 번째는 미워하는 사람용서를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을 위해 축복의 기도를 해주라는 것입니다. ‘주님그 사람을 용서합니다’ ‘주님그를 축복해 주십시오’ ‘주님그와 함께 해주십시오’와 같은 짧은 기도를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해 주십시오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미운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올 때마다 이 기도를 외워 보십시오그를 위해 기도할 마음이 생기면 그 때 하겠다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그런 날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마음이 움직이지 않더라도마음속에 미움이 가득하더라도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미움에 더 이상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 미움을 이겨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이 기도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긴 기도를 하는 것보다는 짧은 기도가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자주 바치기도 좋지요주님께 의탁하면서 입으로 이렇게 기도를 하다보면 우리의 마음도 따라가게 됩니다미워하던 상대방을 용서하고 축복하게 되고 나는 자유롭게 되지요나도 축복을 받는 것이지요이 기도를 할 때 인내가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은 자신을 이해해 주는 것입니다자꾸 계속해서 미운 마음이 든다고 해서 ‘나는 왜 안 되지나는 왜 용서를 못하나’하고 자신을 탓해서는 안 됩니다내 마음이 상처를 받은 것이고그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용서의 기도를 하는 데도 마음속에 미움이 자꾸 올라오면 그냥 ‘아직도 내 마음이 아파하는 구나’ 하고 자신을 이해해 주면서 축복의 기도를 계속하는 것이 좋겠습니다우리는 악에 굴복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선을 행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용서의 기도에 대해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나에게 어려움을 가져온 그 상황을 예수님께 말씀드리라는 것입니다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나에게 어려움을 주는 장면을 하나나 둘을 택하십시오그리고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그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십시오그러면서 주님께 여쭈어 보십시오. ‘주님당신께서는 무엇을 하셨습니까저를 사랑한다고 하시더니 제가 가장 어려운 이 순간에 당신은 무엇을 하셨습니까?’ 하고 물어보십시오그리고는 조용히 기다리십시오주님께서 말씀하시는보여주시는 응답을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하셨을 거야’ 하고 응답을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은 소용없는 일입니다그분의 응답만이 중요하고 필요합니다응답이 바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 기도를 계속해야 합니다응답을 주실 때까지 기도해야 합니다제가 지금까지 사제생활을 해오면서 알게 된 것은 이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문제는 그 사람의 일생을 쫓아다니며 그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기도하며 주님의 응답을 꼭 들으십시오정말 필요한 일이고 주님을 응답을 듣는다면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좀 더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용서에 관한 부분도 이렇게 기도 안에서 실질적으로 주님께 말씀드리고 주님의 도우심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그래서 좀 더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묵상

 

미워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그 사람이 생각날 때마다 ‘주님그를 축복해 주십시오.’ ‘주님그를 용서합니다.’, ‘주님그와 함께 해 주세요.’ 하고 짧게 계속해서 기도합시다.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나에게 어려움을 주는 그 문제를 주님께 말씀드리십시오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주님의 응답을 들어 보세요처음에는 15좀 익숙해지면 30분 정도씩 침묵 가운데 기도하며 주님의 응답을 기다려보세요.

 

최규화(요한 세례자신부는 2000년 사제 수품 후, 2009년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교의 신학)를 취득 하였다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외침, 2016년 4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최규화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교의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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