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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시는 어머니이신데 .....

- 박창득 어거스틴 몬시뇰-


나는 원래 좀 고루한 사람이라서 누가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와 떠들면 뒤로 물러서는 사람이다. 벌써 칠 팔 년 전에 몇 몇 사람이 메주고리예라는 곳에 10년 이상 성모님이 발현 하신다 하니 성지순례를 가자는 말에 나는 다른 일이 겹친다는 핑계를 대고 그 성지순례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직은 교회에서 정식으로 인정한다는 발표가 없는데 뭐 그렇게 새로운 것이라고 서둘 필요가 있느냐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묘하게도 순례단에 끼지 않으면 안될 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실은 그곳에 다녀 온 많은 이들이 회개를 통하여 내적인 치유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고 돌아온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한번 가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메주고리예 성지순례단 모집광고에 내 이름이 오르게 되었고 내 자리에 다른 신부님을 모시려 했지만 그렇게 되질 않아서 한편 잘 되었다는 마음으로 순례길에 올랐다. 


메주고리예까지의 여행길은 길었다. 뉴욕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시간이 일곱시간 반, 런던에서 다섯 시간을 기다려 크로에이시아 스플릿 공항으로, 스플릿 공항에서 버스로 세시간 동안 산비탈 길을 타고 가는 먼 길이였다. 이제 이곳에서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일정이지만 그렇게 어렵게 온 먼 길이 헛된길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메주고리예는 과거 20년 동안 성모님께서 계속 발현하시어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는 기도, 고해, 성체, 성서, 단식을 통해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줄기차게 말씀해 주시는 곳이다. 성모님은 여섯 명의 선견자를 통하여 당신의 메시지를 전해주셨을 뿐 아니라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마음의 전체 분위기를 통해 성모님을 만나 뵙고 그 만남을 통해 각자는 각자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에는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이 좋지 않아 괴롭고, 혼인이, 가정이 파괴되어 괴롭고, 자녀들이 원하는 대로 자라주지 않아 괴롭고, 사업에 실패하여 괴롭고, ..... 괴로운 일은 어디에나 깔려있다. 영적으로 메말라서 괴로운 이들, 하느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살아왔기에 괴로운 이들, .... 이런 모든 사람들이 와서 어머니가 주시는 위로와 사랑을 통해 치유받고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여 돌아가기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누구라도 안아주시고 아픈데를 어루만져 주시고 누구에게나 어머니의 사랑을 부어주시는 성모님이 살고 계시는 동네라고 부르고 싶은 곳이다. 물론 이곳에 오는 모든 이가 선견자들처럼 성모님을 뵙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우선 선견자들을 만나서 선견자들이 성모님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치 성모님을 뵌 것처럼 기뻐한다. 성모님을 뵌 사람을 본 것으로 성모님을 뵌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선견자들은 성모님을 실제로 만나 뵈었다는 확신을 우리에게 주기 때문이다. 선견자들 뿐 아니라 이 동네 전체가 성모님을 만나뵙게 해 준다. 끊임없이 바쳐지는 묵주의 기도를 통하여, 발현산의 험한 돌길이, 그 산을 향해 가는 밭 사잇길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성모님을 만나 뵙게 해 준다. 가난한 할머니를 도와드리면서 성모님을 만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젊은 학생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 성모님을 만나 뵌 사람도 있다. 중천에 떠 있는 해를 쳐다보면서, 그 해를 둘러싸고 있는 구름을 보면서 성모님을 만나 뵈온이도 있다. 또 그 동네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을 통해 사람들은 성모님을 만나는 것이다. 또한 같은 순례단의 동료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체험담을 들으면서, 성모님께 감사드리면서 성모님을 만나 뵙는다. 해와 달과 구름이 산과 돌밭길이 모두 성모님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성모님을 통해 모든 사람이 주님께로 향함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오랜 전통을 살려 드리는 미사는 묵주의 기도 10단을 먼저 바치고 시작되며 미사 끝에는 칠고 묵주기도를 바쳐 미사를 끝내고 다시 이어서 묵주의 기도 5단을 바치는 것으로 다섯 시에 시작한 예절이 일곱시에 끝을 맺어야 저녁을 먹으러 가는 동네사람들의 신심을 보면서 사람들은 성모님을 만난다. 금요일에 미사 후에 묵주의 기도 오단 대신 성체현시를 하여 한 시간에 걸친 성시간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게 하는 곳이다. 대낮에 성당엘 가도 많은 사람들이 성체조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주님과 성모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메주고리예는 성모님이 운영하시는 커다란 피정 마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모님이 지도하시는 피정이기에 어디에서나 그분을 만나 뵈올 수 있는 것이며 좋은 일을 통해서 성모님을 뵙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른 일이나 마음 상하는 일을 통해서도 성모님을 만나게 되는 장소가 바로 이 메주고리예이다. 속상하는 일이 생기면 바로 성모님에게 달려가 말씀드릴 수 있는 곳이니 말이다.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올 때는 적어도 한 한달동안 성모님 품에 안겨 자도 되겠느냐는 청을 드리고 싶다. 그럴수만 있다면 한이 없을 것 같다. 이런 요청을 드려도 어머님은 거절을 못하시겠지? 나를 사랑하시는 어머니이신데 .....

 <  2001년  3월 '메주고리예' 소식지 제 3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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