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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영성 - 부활,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여러분의 믿음은 덧없고 여러분 자신은 아직도 여러분이 지은 죄 안에 있을 것입니다”(1코린 15,17).

이렇게 바오로 사도는,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사실, 곧 죽음에 예속된 인간의 삶에서 새로운 생명의 삶으로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실을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바탕이며, 핵심으로 선포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다 죽을 운명인데, 죽은 뒤 다시 살아나리라는 희망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죽은 뒤의 영생에 대한 믿음으로 현세의 고통을 보상하려는 것인가? 부활에 대한 믿음이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부여하기 때문에? 선행도 하고, 희생도 하고, 억울한 것도 참을 수 있게 하려면 죽음 이후의 삶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인가?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면 너무 허무하기 때문인가?

몇 년 전 벨기에에서 죽음 뒤의 삶에 대해 다양한 종교들이 자신들의 믿음을 종교적 예식과 연결시켜 설명하는 전시회가 있었다. 그때 한 무신론자가 한 말이 기억이 난다. “이생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믿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살고 싶고, 이생으로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라며, 다시 어떤 형태로든지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무신론자나, 환생을 믿는 불교인이나, 제사를 통하여 돌아가신 조상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유교인과 어떻게 다른가? 예수님의 부활을 바탕으로 사는 사람은, 죽음과 삶에 대해서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2,000년 전에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여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실이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고, 이 부활 신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부활은 모든 인간에게 적용된다

교회에서는 부활이 예수님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예수님의 부활이 나의 삶과 연결되는 것일까?

또한 부활은 죽음 뒤의 삶에 대한 믿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진 메시지라고 한다. 이미 이생에서 새로운 존재양식으로, 여러 형태의 죽음을 극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경험한 제자들의 증언을 듣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일일 것이다. 부활한 예수님을 만난 사람에 대해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시어, 케파에게, 또 이어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다음에는 한 번에 오백 명이 넘는 형제들에게 나타나셨는데, 그 가운데 더러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야고보에게, 또 이어서 다른 모든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맨 마지막으로는 칠삭둥이 같은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1코린 15,3-8).

그리고 사도행전에서는 부활하신 예수님과 만남으로 변화된 제자들에 의해 교회가 설립되는 과정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이 현세에서 온전하지는 않으나, 죽음 이후에 올 부활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근원임을 제자들의 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예수님께서 수난의 길을 가실 때,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였고, 다른 제자들은 두려워 도망갔다. 이러한 제자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나타나 예수님께서 주님이심을,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이 다시 살아나셨음을 선포하고, 교회를 근동의 여러 지역에 설립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근원은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생애를 다시 읽고, 예수님께서 당신의 전 삶을 통해서 이미 하느님의 아들이요 구세주이심을 복음서를 통해 고백한다.


부활은 회개와 새로운 삶의 동기다

복음을 쓴 목적에 대해 요한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31).

예수님의 생애에 일어난 모든 사건을 전기양식으로 세밀하게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부활로 말미암아 성숙화된 신앙으로, 예수님의 정체성과 사건의 의미를 식별하여 선포하고 고백하고자 한 것이 바로 복음서를 쓰게 된 목적이라는 말이다.

인간의 언어로는 형언할 수 없는 이 신비를 경험한 제자들의 첫 마디는 “예수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라는 열정으로 가득 찬 외침이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죽음은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모든 것이 끝장이 난, 바로 그 상황 속에서 도망간 제자들이 다시 모여 새로운 생명으로 가득한 공동체를 형성한 것이다.

제자들의 증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부활은 예수님께서 이 현세의 삶으로 다시 돌아오신 것을 의미하는 것도, 현 생명의 무한한 연장을 의미하는 것도 아닌 하느님의 존재 안에서의 삶, 새로운 존재양식을 의미한다. 예수님의 부활이 제자들에게 회개와 새로운 삶의 동기가 된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도 주님께서는 죽음을 극복하신 분으로 우리 삶의 근원이 되고자 하신다.


부활의 영성으로 사는 사람들

윌리엄 배리 신부의 다음 글이 부활의 영성으로 사는 사람들의 내적인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러분은 정말로 우울하고 두려운 중에도,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강한 힘이 여러분 안에서 버텨나가게 해주는 것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여러분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한없이 베푸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런 사랑이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정말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들의 처지와는 달리 밝은 빛을 지니고 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여러분은 인간 마음속의 증오, 탐욕, 불의, 폭력들의 힘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러한 힘들이 어떻게 억제되는지 본 적이 있습니까?

이 모든 것 안에서 우리는 결코 어둠이 이길 수 없는 밝은 빛, 인간의 폭력과 증오로 인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숨결, 그러나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숨결을 체험합니다”(「하느님과 그대」 중에서).

부활은 죽음의 삭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여러 형태의 죽음을 극복하는 힘을 의미한다. 부활 없이는 그리스도 신앙이라는 것은 없다. 초대 신자들은 예수님께서 사멸하는 인간의 조건을 벗어나셔서, 죽음의 법칙에 더 이상 예속되지 않는 상태, 곧 하느님의 생명으로 사신다는 것을 고백하고, 이에 동참할 수 있음을, 곧 구원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김미정 아녜스 - 프랑스에 있는 성안드레아수녀회 수녀. 프랑스 파리 예수회대학교 전임 교수이며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2년마다 한 학기씩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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